트렌드와 문화

국내 유통과 식품 기업, AI 합성소비자로 신제품 반응 예측 시도

BGF리테일, 롯데웰푸드, CJ제일제당 등이 AI가 만든 가상 소비자로 신제품 반응을 예측해 보고 있다. BGF리테일은 조사 기간을 3~5일로 줄였지만, 합성소비자 응답이 실제 구매 행동과 얼마나 맞는지는 아직 검증 단계다.

루카스 ·

BGF리테일이 CU 도시락 신제품을 기획하며 AI 합성소비자(Synthetic Consumer)로 조사를 돌렸더니 조사 기간이 3~5일로 줄었다. 기존 소비자 조사에는 수개월이 걸린 사례도 있다. 국내 유통, 식품, 뷰티 기업이 신제품 기획과 개발 단계에서 이 방식을 쓰기 시작했다.

실제 소비자의 구매 기록과 행동 기록을 AI에 학습시켜 가상의 소비자 집단을 만들고, 상품 콘셉트나 가격, 디자인을 보여 줬을 때의 반응을 예측하게 한다. 수백 명 평가단을 모아 설문과 인터뷰를 하지 않고도 상품, 가격, 디자인, 광고, 매장 진열 조건을 바꿔 가며 반복해서 검증할 수 있다.

BGF리테일은 상품 기획에 쓰던 기술을 매장 운영에도 적용하고 있다. 가상 매장에서 진열, 고객 동선, 상품 구성(MD)을 먼저 시뮬레이션해 실제 매장 시험의 시행착오를 줄이려는 것이다. 편의점 빵 상품기획에도 이 기술을 활용해 신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합성소비자를 활용한 도시락 '미니오리지널유부 2입'은 지난 8월 출시 2주 만에 누적 판매 5만 개를 넘었다. 도시락 개념검증에서는 소비자가 건강하면서도 맛있어야 한다고 요구하는 이중 수요를 구체적인 상품 방향으로 정리했다.12

롯데웰푸드는 올해 초부터 콘셉트 조사에 활용해 약 80건을 수행했고, 그 결과를 실제 제품 출시에 반영하고 있다. 합성소비자와 실제 소비자의 응답을 같은 비중으로 합쳐 종합 허들 점수를 산출한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부터 검토하고 시범 활용하면서 상품기획 참고 자료로 쓰고 있다. 실제 소비자 조사와 병행하며 여러 조사 유형에 적용해 어디까지 쓸 만한지 볼 방침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여러 기술기업과 합성소비자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고객 조사, 시장 조사, 콘셉트 조사 솔루션을 바탕으로 합성소비자의 신뢰성을 확인하는 한편, 어떤 주제에 맞고 효율이 나는지 검토하는 단계다.2

솔루션을 공급하는 쪽도 움직인다. 오픈서베이는 실제 응답 데이터로 만든 AI 소비자 85명을 데이터스페이스 마켓플레이스에 올렸다. 기업은 성향이 서로 다른 AI 소비자와 대화하면서 콘셉트, 가격, 디자인 반응을 거듭 확인한다. 아이지에이웍스가 공개한 파운데이션 모델 '웍스FM'은 약 3400만 명의 소비자 행동 데이터로 훈련했다. 앱 이용과 결제, 오프라인 방문, 광고 반응 기록으로 행동을 예측하며, 국내 대형 유통기업 두 곳과 데이터 연계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해외 기업은 이미 실제 의사결정에 투입하는 단계다. 미국 유통업체 Target은 실제 웹사이트에서 시험하기 전에 합성소비자에게 상품과 프로모션을 보여 반응을 모의하고, 여러 안을 비교해 승산이 작은 아이디어를 먼저 추려 낸다. Barilla는 대표 파스타 소스인 '라구 알라 볼로네제'의 레시피 변경을 검토하며 합성 데이터를 활용했다. Ipsos와 함께 조건별로 실제 소비자 100명과 합성 응답자 300명을 병행해 테스트한 결과, 시제품 2종 모두 성공 기준에 못 미쳐 레시피를 바꾸지 않기로 했다. Caudalie는 프랑스의 스킨케어 업체로, 제품과 마케팅 개발에 합성소비자 솔루션을 주 15회 돌리며 시장별 반응을 견준다.

BCG는 5월 보고서에서 과거 데이터를 학습한 합성소비자가 새 음료를 고르는 연구에서 실제 소비자의 선택을 92% 정확도로 예측했다고 설명했다. 초기 콘셉트 선별, 상품 속성 선택, 가격과 프로모션 전략 검토에서 혁신 주기를 줄이고, 초기 스케치 단계에서 반응을 보면 시제품을 되풀이해 제작하는 비용을 덜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솔루션 기업 인텔리시아는 실제 조사 결과와 AI 응답을 맞대어 본 검증에서 재현율이 평균 90% 이상이었다고 자사 발표에서 밝혔다.1

합성소비자의 응답이 실제 구매 행동을 얼마나 반영하는지는 아직 검증할 몫이다. 도입 기업들은 실제 조사를 같이 돌리면서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앞의 정확도 수치는 BCG와 인텔리시아가 각자 내놓은 것이어서, 출시 후 판매 성과까지 검증하는 일이 남아 있다.23

초기 아이디어 선별, 여러 콘셉트 비교, 콘셉트, 가격, 디자인 후보 좁히기는 합성소비자가 맞는 영역이다. 사업 영향이 큰 사안, 실제 행동을 확인해야 하는 사안, 제품을 쓴 경험과 구매 이유를 깊게 캐는 조사, 기존 데이터로 예측하기 힘든 신제품은 기존 조사나 실험과 같이 가야 한다. 응답은 AI가 학습한 행동과 선호, 트렌드, 구매 동기, 의사결정 배경에 좌우된다. 특정 연령이나 집단의 데이터가 부족하거나 최근 변화가 담기지 않으면 실제 반응과 차이가 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합성소비자가 비용, 시간, 공간 제약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롭지만 학습 데이터에 따라 응답 품질이 크게 갈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신뢰성 확인과 적절한 설계, 담당자의 해석 역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도입 기업의 한 관계자는 모든 조사에 일률적으로 적용하지 말고 목적에 따라 AI와 사람 중 맞는 쪽을 가려야 하며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BCG는 한 번에 도입하기보다 조사별로 활용 범위와 검증 수준을 달리하라고 제안했다. 합성소비자의 응답은 실제 소비자의 의견처럼 받아들이기보다 조사 목적과 데이터 한계를 고려해 검토해야 하며, 이를 가르는 데 실무 담당자의 해석 역량이 필요하다.3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리드타임과 비용에서 기존 방식보다 큰 이점이 있어 여러 활용 방안을 보고 있으며, 한동안은 실제 소비자 조사와 함께 적용 유형을 늘릴 것으로 예상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소비자조사가 실시간 수준으로 진행되면서 상품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기업과 소비자 사이의 간극이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으로 기업이 합성소비자를 쓰는지, 얼마나 쓰는지에 따라 업계가 재평가될 전망이라고도 했다.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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