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hropic 생명과학팀이 11월 4일 박테리아 바이러스에서 유래한 볼트 입자의 분자 구조를 Claude와 함께 밝혔다고 발표했다. Claude가 맡은 일은 단백질 데이터베이스 검색, DNA 설계, 분리 방법 최적화, 현미경 데이터 처리다. 볼트 정제는 보통 사흘이 걸리는데 이번에는 약 90분이 걸렸고, 첫 구조 모델은 정제 이후 34시간 만에 준비됐다. 연구팀은 통상 몇 주가 걸렸을 것으로 자체 추정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기초 생물학 연구를 빠르게 하려고 Claude를 연구의 모든 단계에 넣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이번 작업은 그 시도의 하나다. 작업은 연구팀의 지시 아래 진행됐다. 연구팀은 대부분의 작업을 기존 Claude 제품을 쓰는 일반 연구실에서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수백 개의 GPU를 병렬로 돌린 극저온 전자현미경 분석에는 학술기관이 갖추기 어려운 컴퓨트가 필요했다.
40년째 기능을 모르는 거대 단백질 구조물
볼트 입자는 우리 몸 거의 모든 세포에 있는 속이 빈 거대 단백질 껍질이다. 1986년 Leonard Rome과 Nancy Kedersha가 발견했고, 질량이 리보솜의 약 3배로 진핵생물에서 알려진 가장 큰 분자 복합체 중 하나다. 전자현미경으로 본 골이 진 껍질이 성당의 둥근 천장을 닮아 볼트(vault)라는 이름이 붙었다. 포유류의 껍질은 주요 볼트 단백질 78개로 이뤄지며, 같은 두 반쪽이 가운데에서 결합한 모양이다.
볼트는 점균류부터 사람까지 진핵생물 계통 대부분에서 발견되므로 과학자들은 쓸모가 있을 것으로 본다. 핵과 세포질 사이의 분자 운반, 항암제 같은 독성 물질로부터의 세포 보호, 선천 면역 지원 등이 기능으로 제안됐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 다른 연구들에서도 볼트가 없는 생쥐가 살아남는 것으로 나타나, 특정 환경 조건에서만 필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연구가 더뎠던 이유도 있다. 유전자 실험에 많이 쓰는 빵 효모, 초파리, 선충에는 볼트가 없다. 볼트를 가진 생쥐 중 볼트 파트너 단백질이나 볼트 RNA를 없앤 개체도 정상적으로 자라, 뒤쫓을 뚜렷한 결함이 없었다. 최근 몇 년간 생물정보학자들이 원핵생물에서 볼트 단백질의 먼 친척을 찾아냈지만, 이것이 실제로 볼트를 이루는지는 분명하지 않았다.
연구팀이 원핵생물에 주목한 것은 박테리아가 포유류 세포보다 빨리 자라서 볼트의 기원과 기본 구조, 내용물을 조사하기 쉽기 때문이다. cGAS-STING 신호 전달, 가스더민, 바이퍼린처럼 사람 면역 방어의 미생물 기원이 박테리아 버전을 통해 드러난 선례가 있다. 다만 그 경우는 사람에서의 기능이 이미 알려져 있었고, 볼트는 그렇지 않다는 차이가 있다.
후보 탐색에서 구조 모델까지
연구팀은 Claude Science로 예측 단백질 약 150억 개가 담긴 데이터베이스에서 볼트 단백질의 친척을 찾았다. 이런 단백질은 드물지만 널리 퍼져 있었다. 박테리아 29개 문과 고세균 4개 문에서 나왔으나, 유전체가 해독된 종 가운데서는 1% 미만에 있었다. 이 중 44개를 골라 무세포 시스템에서 전장 단백질이 얼마나 만들어지는지 시험했다. Claude는 각 단백질 서열을 숙주 세포에 맞춘 DNA로 바꾸고, 유전자를 켜는 조절 서열을 붙여 주문용 설계까지 마련했다. 성적이 좋은 것을 대장균에 옮기자 24개 중 15개가 용해성 단백질을 만들었다.
입자를 분리하는 단계에서 연구팀은 크기 배제 크로마토그래피를 시도했다. 시료가 다공성 구슬이 든 칼럼을 지나면 작은 분자는 구멍에 걸리고, 구멍에 들어가기엔 너무 큰 볼트가 먼저 나온다. 진핵생물 볼트용 기존 방법은 점점 진해지는 당 용액 튜브에 시료를 돌리는 방식으로 약 사흘이 걸린다. 연구팀의 최적화 방법은 세포에서 현미경 격자까지 약 90분이다. 크기 배제 칼럼으로 볼트를 분리한 첫 사례는 아니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15개 단백질 중 7개가 전자현미경에서 볼트 모양 입자로 조립됐다.
극저온 전자현미경은 같은 입자 여러 개를 급속 냉동해 전자빔으로 찍은 뒤 하나의 3차원 모델로 합치는 기법이다. 이 분석으로 7개 중 4개(파지 유래 2개, 박테리아 유래 2개)가 볼트 형태임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완전히 닫힌 입자를 잘 만드는 편이어서 박테리오파지 단백질 L05를 골라 정밀 구조를 풀었다. 박테리오파지는 박테리아를 감염시키는 바이러스다.
구조 결정은 전문 소프트웨어로 몇 주에서 몇 달씩 수작업을 하는 일이 흔하다. 이번에는 연구팀이 전 과정에 걸쳐 Claude를 지휘했다. Claude는 내부 멀티 에이전트 하네스에서 내부 컴퓨트 자원을 쓰며 오픈소스 처리 소프트웨어 RELION을 설정하고 단계마다 실행했고, 연구팀은 분석 판단에 조언했다. 첫 전체 모델은 34시간 만에 나왔고, 최종 지도는 처리 시작 약 일주일 뒤에 완성됐다.
L05 볼트의 구조와 개조 실험
L05 볼트는 단일 파지 단백질 96개(반쪽당 48개)로 이뤄지고 전체 질량은 약 9.5메가달톤이다. 포유류 볼트는 반쪽당 39개다. 크기는 길이 약 54나노미터, 너비 45나노미터로 포유류의 67×40나노미터보다 짧고 넓다. 더 둥근 덕분에 길이가 짧아도 내부 부피는 약 25% 크다. 벽을 이루는 단백질 사슬은 반복 단위 7개가 이어진 구조로, 포유류 볼트의 9개보다 적고 끝 뚜껑도 더 납작하다. 연구팀은 원핵생물에서 확인된 단백질 껍질 중 가장 큰 축에 든다고 밝혔다.
뚜껑이 닫히는 방식도 특징이다. 48개 복사본이 둘러싼 벽이 극 쪽으로 좁아지려면, 계단식 돔처럼 세 단계로 줄어든다. 이웃한 세 복사본 중 하나는 첫 단계에서, 하나는 둘째 단계에서 끝나고, 하나는 꼭대기까지 이어진다. 벽에서는 세 복사본이 같은 모양이지만 뚜껑에서는 서로 다른 형태를 취한다.
연구팀은 Claude와 함께 이웃 복사본이 맞닿는 지점을 중심으로 단백질 변형 15종을 만들었다. 뚜껑 근처의 단일 변경만으로도 껍질이 닫히지 않았고, 밀폐된 볼트 대신 열린 장미꽃 모양 입자가 보였다. 이 부위가 껍질을 봉하는 데 필요하다는 뜻이다.
더 크게 만드는 실험도 했다. 벽의 반복 단위 7개 가운데 2개를 복제해 사람 볼트와 같은 9개로 늘리자 더 큰 볼트 입자가 조립됐고, 확장 전 L05 볼트보다 내부 부피가 약 20% 늘었다. 연구팀은 이 결과가 볼트가 조립 방식을 해치지 않고 벽의 일부를 복제해 진화 과정에서 크기를 바꿨을 수 있음을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이런 지식은 효소를 실어 나르는 나노캡슐 같은 생명공학 응용에도 쓸 수 있다고 덧붙였다.
Claude는 연구팀이 아직 설명하지 못하는 특징도 짚었다. 96개 단백질 복사본마다 중간쯤 주머니가 있고, 지도에 뚜렷이 보이지만 정체를 모르는 작은 분자가 들어 있다. Claude는 모양이 조효소 A와 비슷하다고 봤다. 조효소 A는 세포가 화학 작용기를 옮기는 데 쓰는 흔한 보조 분자다. 이 분자가 조효소 A나 비슷한 물질이라면 기능을 추정할 초기 단서가 된다.
Claude의 실수와 남은 과제
연구팀은 4개월이 안 되는 기간에 후보 볼트 수십 개를 선별하고, 현미경용 시료를 준비하고, 원핵생물 볼트의 첫 구조를 풀었다고 밝혔다. 다만 실수도 있었다. Claude가 쓴 실험 절차에는 DNA의 세포 유입을 방해하는 첨가제가 든 배지가 들어 있어 프로젝트가 2주 늦어졌다. 극저온 전자현미경 처리 초기에는 표준 단계를 건너뛰어 거울상이 섞인 결함 있는 지도를 만들었고, 연구팀은 정상적인 방법을 쓰라고 지시했다. 이때 지시한 문장은 "Please let’s do normal things unless they don’t work"였다.
이번 볼트는 대장균에서만 만들었고, 원래 있던 박테리아와 파지에서도 형성되는지는 아직 시험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입자의 기능을 밝히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고, 이번 결과가 수수께끼를 더 깊게 했다고 밝혔다. 기술 보고서도 함께 공개했으며, 볼트의 역할에 대한 아이디어나 시험할 시스템이 있는 연구자의 연락을 받고 있다. Rome 박사는 원고에 의견을 준 유급 자문역으로 참여했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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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vestigating vault particles with Claude anthropi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