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hropic이 10월 20일 내부 연구 모델이 전갈 신경독소에 붙는 단백질 미니바인더를 설계한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모델은 64시간 동안 설계 31만 8,484개를 만들어 180개를 골랐고, 연구팀이 31개를 더해 실험실에서 시험한 211개 중 17개가 결합 기준을 충족했다. Anthropic은 211개 설계와 실험 데이터를 모두 공개했다.
다만 Anthropic은 이 결합 단백질이 세포 환경에서 전갈 독을 중화하는지 아직 확인하지 않았다며, 해독제를 만들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Claude의 설계 작업에는 최초 프롬프트 하나와 후속 지시 네 번이 쓰였고, 프롬프트는 투자 리서치 회사 Citrini Research와 협업해 다듬었다. 완성된 설계 211개가 실제로 독소에 붙는지는 Adaptyv Bio와 Twist Bioscience 두 위탁 연구기관(CRO)이 실험실에서 시험했다.
전갈 독소를 고른 이유
이 실험은 Citrini Research 연구팀이 던진 질문에서 시작됐다. Claude를, 더 넓게는 AI 신약 개발을 쓰면 의욕 있는 비전문가 집단도 실제 보건 문제에 도전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었고, 8월 공개 결과보다 한 달 전의 일이다. 8월에는 프롬프트 하나로 단백질 미니바인더를 설계한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Anthropic 생명과학 연구팀은 Claude와 문제를 브레인스토밍한 끝에 전갈 신경독소에 붙는 새 단백질 설계를 골랐다. 언젠가 전갈 해독제 개발에 쓰이기를 바라는 목표다.
Anthropic에 따르면 전갈에 쏘이는 사람은 해마다 120만 명 이상이고, 사망자는 3,250명을 넘는다. 대부분 의료 접근이 제한된 지역의 어린이다. 새 치료제는 만드는 데 돈이 많이 들고 개발비를 회수하기도 어려워 투자가 적고, 전갈 독 중독은 방치된 열대 질환으로 불려 왔다.
전갈 독에는 여러 단백질 신경독소가 들어 있다. 사람에게 가장 위험한 것들은 신경세포막에 박혀 신경이 신호를 내게 하는 나트륨 채널에 달라붙는다. 채널이 교란되면 신경이 엉뚱한 때 작동해 아드레날린 같은 스트레스 물질이 대량으로 나온다. 심한 경우 심부전과 폐에 물이 차는 증상이 생기고, 때로 사망에 이른다.
기존 해독제는 보통 면역시킨 동물의 항체로 만든다. 수천 마리 전갈에서 독을 짜 말에 주사하고, 말의 혈액에서 항체를 정제하는 과정에 몇 달이 걸린다. 일찍 투여하면 효과가 있지만 듣는 독소가 소수에 그치고, 생산비가 비싸며 여러 지역에서 값이 높거나 물량이 부족하다. 컴퓨터로 처음부터 설계하는 신규 설계는 효능과 안정성 같은 약물 성질을 최적화할 수 있어, 쏘임 사고가 잦은 지역에 공급하기도 쉬울 수 있다고 Anthropic은 설명했다. 이번 접근은 뱀 신경독소를 중화해 쥐를 보호한 신규 설계 단백질 연구에서 영감을 얻었다. Anthropic이 아는 한 전갈 신경독소를 겨냥한 신규 설계 결합 단백질은 지금까지 보고된 적이 없다.
64시간 설계 과정
설계 대상은 4개 지역의 독소 5종이다. 멕시코의 Cn2, 브라질의 Ts1, 북아프리카의 AaH I과 AaH II, 중동의 LqhIII이며, 모두 독소가 나트륨 채널에 붙는 부위를 겨냥했다. Claude는 Protein Data Bank와 AlphaFold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해 설계에 쓸 독소 구조를 골랐고, 독소마다 결합 단백질이 달라붙을 핫스팟 아미노산 위치 5곳을 정했다.
연구팀은 독소 하나에만 붙는 단백질뿐 아니라 여러 독소에 동시에 붙는 단백질도 시도하게 했다. 이런 단백질이 있으면 범용 해독제 칵테일에 필요한 분자 수가 줄어 비용과 지역 제약이 가장 적은 치료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5종은 전체 모양(폴드)이 같지만 아미노산 서열 일치율은 어느 두 가지를 비교해도 26~62%에 그쳐 어려운 시험대로 골랐다. 설계 유형은 독소별 단독, β계열 Ts1과 Cn2, α계열 AaH II·AaH I·LqhIII, 5종 동시의 네 가지였다.
최초 프롬프트에는 표적 독소, 단백질 설계·접힘 예측 도구, 새로움과 점수 매기기와 거르기 규칙이 담겼다. 구조와 핫스팟 선택 외에도 설계가 넘어야 할 품질 기준, 도구별 비중, 여러 독소를 겨냥하는 전략은 Claude가 스스로 정했다. 내부 연구 모델은 Claude Science 안에서 대체로 자율적으로 움직였고, 연구팀은 후속 지시 네 번으로 방향만 잡았다. 연구 데이터 분석, 그림 작성, 최종 보고서 초안도 연구팀 감독 아래 Claude가 맡았다.
Claude는 설계 도구 12종으로 31만 8,484개를 만들었고, 독소나 알려진 단백질과 닮은 것은 걸러 냈다. 설계와 독소 쌍 55만 3,052개는 복합체 하나로 구조를 예측하는 방식(공동 접힘)으로 걸러 냈다. 첫 지시 뒤 24시간은 완전히 자율로 일했고, 그 결과를 본 연구팀이 계속 더 나은 설계를 찾으라고 지시했다. 후속 지시는 주로 여러 독소에 붙는 단백질 설계에 집중했다. 가장 강한 결합 단백질 Cn2-B1을 포함해 180개 대부분은 세 번째 후속 지시 뒤에야 골랐다. 첫 프롬프트 64시간 뒤 최종 목록 180개가 나왔고, 작업에는 GPU 약 1만 시간이 들었다.
Anthropic은 이 정도 규모는 대부분의 연구자가 쓸 수 있는 수준을 넘는다고 인정했다. 이번 캠페인과는 별도로 모델을 평균 약 4배 빠르게 만들었고, 에이전트 하나와 GPU 한 대로 24시간 돌리는 단순화한 프롬프트도 컴퓨터 시뮬레이션 점수가 비슷하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요청하자 Claude가 단백질 서열을 Twist Bioscience에 이메일로 보냈고(이메일에는 Claude가 썼다는 표시가 들어갔다), Twist Bioscience가 이를 바탕으로 단백질을 만들어 결합 시험에 썼다. 그 뒤 연구팀이 Claude와 함께 31개를 추가해 총 211개가 됐다.
실험 결과와 한계
211개의 구성은 독소 하나를 겨냥한 60개(독소당 12개), β계열 두 독소용 30개, α계열 세 독소용 30개, 5종 동시용 91개다. 결합 기준을 충족한 17개는 각각 독소 하나에 대해서만 기준을 넘었다. 단독 설계 60개 중 11개(18%)가 결합 단백질로 판정됐고, 나머지 6개는 여러 독소를 겨냥한 설계에서 나왔지만 그중에서도 독소 하나에만 기준을 충족했다. 여러 독소를 겨냥한 설계 가운데 둘 이상에 대해 기준을 충족한 것은 없었다. Anthropic은 단독 설계의 적중률이 이전 연구를 포함한 일반적인 단백질 설계 캠페인과 비슷하다고 밝혔다. 여러 독소 설계가 실패한 이유로는 Claude의 현재 능력 외에도 프롬프트, 도구의 한계, 생물학적 가능성 자체가 있을 수 있다고 Anthropic은 설명했다.
| 표적 독소 | 유래 지역 | 결합 단백질 수 |
|---|---|---|
| Cn2 | 멕시코 | 7개 |
| AaH II | 북아프리카 | 4개 |
| AaH I | 북아프리카 | 4개 |
| LqhIII | 중동 | 2개 |
시험은 두 기관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맡았다. Adaptyv Bio는 세균에서 뽑은 단백질 생산 장치를 쓰는 무세포 시스템에서 설계를 만들었고, Twist Bioscience는 사람 신장 세포 같은 포유류 세포에서 항체 줄기 부분인 Fc에 붙여 발현시켰다. 두 방법은 결합 과정을 서로 보완해 측정하는 방식이라 결과 신뢰도를 높이려고 함께 썼다. 다만 LqhIII은 Adaptyv Bio만 평가했다.
결합력은 두 기관 모두 표면 플라스몬 공명(SPR)으로 쟀다. 독소가 설계 단백질 위를 흐르며 붙었다 떨어지는 속도를 실시간으로 추적해 얻는 센서그램에서 해리 상수(KD)가 나오는데, 값이 낮을수록 결합이 단단하다. 결합 단백질로 인정하려면 두 기관 모두에서 모든 반복 실험에 결합 증거가 있고 KD가 1 µM 이하여야 했다. 또 오프타깃 결합(끈적임)을 재는 무관한 사람 단백질 CLEC12A에는 신호가 없어야 했다.
가장 강한 Cn2-B1과 Cn2-B2는 멕시코 전갈 Centruroides noxius의 독소 Cn2에 붙는다. 두 기관 모두에서 KD가 한 자릿수 나노몰(nM) 범위로 단단하게 붙었다. 신규 설계가 넘어야 할 기준은 항체와 나노바디이며, Cn2나 AaH II에 대해 KD 1 nM 미만으로 보고돼 쥐를 보호한 분자가 세 가지 있다. Cn2-B1과 Cn2-B2의 KD는 한 자릿수 nM이어서 수치로는 이 기존 분자들보다 결합력이 낮다.
경쟁 실험에서는 두 분자가 독소에 동시에 붙을 수 있는지를 본다. 한 분자가 있을 때 다른 분자의 결합이 줄면 같은 부위를 두고 다투는 것으로 본다. 이 실험에서 Cn2 결합 단백질들은 쥐에서 Cn2를 중화한다고 보고된 항체 LR과 같은 결합 부위 또는 가까운 곳에 붙는 것으로 나왔다. LR의 결합 부위는 Cn2가 나트륨 채널에 붙어 신경 오작동을 일으키는 부분을 덮는다. Anthropic은 Cn2-B1과 Cn2-B2를 세포나 살아 있는 동물에서는 시험하지 않았지만, LR과 경쟁한다는 점으로 보아 Cn2를 중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가장 큰 한계는 두 가지다. 결합은 독의 유전자로 실험실에서 키운 재조합 독소에 대해서만 확인했고, 세포 대상 시험관 중화나 쥐 같은 동물의 효능은 어떤 설계도 시험하지 않았다. 한 설계를 치료제로 키운다면 Cn2-B1이 가장 강한 후보 중 하나지만, 먼저 독에서 정제한 독소에도 붙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다음 나트륨 채널 전류를 재는 패치클램프 기록으로 독소가 채널에 작용하는 것을 막는지 시험관에서 보고, 쥐에서 실제로 보호하는지 봐야 한다. 중화 말고도 안전하고 안정적이며 값이 싸고 쏘임이 잦은 곳에서 구할 수 있어야 하며, 환자에게 닿으려면 임상의, 자금 제공자, 정책 담당자의 협력도 필요하다고 Anthropic은 밝혔다.
Anthropic이 외부 전문가 두 명에게 결과를 보냈더니 유망한 첫걸음이라는 평가가 돌아왔다. 스페인 국립암연구센터(CNIO)의 박사후연구원 Susana Vázquez Torres는 거의 어떤 표적이든 결합 단백질을 설계하는 일이 더는 비현실적으로 보이지 않고, 결합 자체는 더 이상 주된 병목이 아니라고 밝혔다. 진짜 영향은 결합 이후의 치료제 개발 단계를 풀 때 나온다는 설명이다. 덴마크공과대학의 부교수 Timothy P. Jenkins는 독소 5종에 대한 설계를 며칠 만에 병렬로 해낸 것이 AI가 치료제 발굴을 이끄는 변화를 잘 보여 준다고 말했다. 상업적 유인이 낮아 혁신이 부족했던 동물 독소 질환에서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는 평가다. Anthropic은 AI가 신뢰할 만한 결합 단백질을 며칠 만에 설계하고 몇 주 안에 실험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면, 이론상 중독 질환과 방치된 질환의 발굴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안전하고 값싸며 널리 쓸 수 있는 약으로 만드는 일은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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